시장지배력 앞세운 대웅제약, 약국가에‘거점도매·자사몰’ 강제
일선 약국가 “수급 불균형에 서글픈 갑질까지" 분노

의약품의 공공재적 성격을 무시한 채, 제품의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요양기관과 약사들에게 불편을 강요하는 제약사의 일방적 유통 정책에 일선약국들이 울상이다. 최근 대웅제약이 전개하고 있는 ‘블록형 거점도매’ 전환 정책과 자사 직영몰 중심의 제한 공급이 전국 약국가에 수급 혼란을 야기하며 약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 거점도매 전환 후 불필요한 거래선 개설 강요
최근 대한약사회와 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유통 구조를 특정 거점도매 중심으로 개편한 이후 전국 약국 곳곳에서 의약품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거래하던 도매상을 통해 원활하게 약을 공급받던 약국들은 갑작스러운 공급 단절을 맞이했다. 대웅제약은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 지역마다 “약을 받으려면 거점도매를 활용하거나, 우리와 새로 거래를 터라”며 신규 거래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현장 약사들은 “특정 제약사가 유통 방식을 임의로 변경해 약국에 불편을 끼치고, 약을 미끼로 불필요한 신규 거래를 강제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유통 왜곡”이라고 지적한다. 사실상 제품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대웅제약과 특정 거점도매가, 불공정하게 유통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는 형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사몰 가입 강제 및 구매량 제한까지
더욱 심각한 것은 약국의 구매권을 제한하는 행태다.
일례로 다빈도 의약품인 ‘우루사’의 경우, 특정 용량의 포장단위는 대웅제약의 자사 직영몰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도록 유통을 묶어둔 데다 월간 구입 수량까지 일방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약국들은 처방 공백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대웅제약 직영몰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환자에게 처방된 약을 제때 조제해야 하는 약사의 의무와 책임감을 볼모로 잡고, 자사 온라인 플랫폼의 덩치를 키우는 데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대목이다.
◆ "환자 항의가 무서워 버티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약국가에서는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처방전이 나오면 어떻게든 약을 구해서 조제해야 하는 약사 입장에서, 구매 제한과 강제 거래처 개설이라는 불평등한 조건 속에서도 크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방의 한 개국약사는 “환자에게 ‘왜 약이 없냐’고 항의를 받는 것이 가장 무섭고 스트레스”라며 “어떻게든 새로운 거점 도매상과 계약을 맺어 약을 구하긴 하지만, 공공재인 의약품을 사면서 끊임없이 제한받고 특정 사이트 가입을 강요당하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고 우울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교묘히 막히는 사회 이슈화
이처럼 현장의 고통이 극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거점도매 사태가 대대적인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지 못하는 배경에는 주무부처의 소극적인 태도와 제약사 측의 교묘한 '민원 차단막'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정부 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민간 기업 간 상행위 및 거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라며 "환자(국민)들이 실질적인 투약 불편을 겪는 피해가 가시화되어야만 행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러한 정부의 규제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약국가에서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불만이나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앞서 언급한 방식으로 신규 거래를 터서, 약을 '임시방편으로 찔러주는' 식의 수급불안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당장 환자가 약을 못 먹는 파국(조제 불가. 대체조제 사태 등)만큼은 교묘하게 막아내며 정부가 개입할 명분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 "겉만 멀쩡한 사실상의 갑질"
결과적으로 겉보기에는 약이 어떻게든 공급되는 것처럼 보여, 수급에 문제가 없는 듯 착시효과를 일으키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과 신규 거래 개설의 불편, 정신적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일선 약사들이 떠안고 있다. 국민 불편을 볼모로 잡은 제약사의 '물밑 갑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약업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의약품이 지닌 공공재적 가치를 고려할 때, 정부가 이를 단순한 '민간 계약'으로 치부하며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약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제품의 시장지배력을 무기로 유통 질서를 뒤흔들고 요양기관에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 거래 행위이자 갑질"이라며, "국민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기 전에 보건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제적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강력한 행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미 대한약사회. 약사회전국시도지부장협의회. 약준모. 서울시약사회등 약사 사회가 거점도매를 반대하는 입장문이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모 지부약사회장은 “제약사 측에서 거래변경 방식 변화를 두고 협의를 하자고 왔지만, 사실상 협의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였다”며 목소리를 높였으며, 또다른 지부장은 통보방식이면 만날 이유가 없어서 아예 만남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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