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편의점 상비약확대 반발..‘공공약국 설립’ 전면 제안
입장문“안전 외면한 상비약 규제 완화 중단하라”촉구
'편의점 위반율 97% 달하는데 사후관리 전무' 주장

보건복지부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및 보건의료취약지 내 24시간 판매 규제 완화를 추진하자 대한약사회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단순한 편의성 추구가 의약품 오남용과 부작용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공공심야약국 법정 의무화'와 '보건의료취약지 공공약국 설립'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약사회는 23일 저녁 발표한 입장문에서 '급격한 고령화로 만성질환자와 다제약물 복용자가 늘어나는 시점에 일반의약품 판매 규제를 푸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약물 상호작용이나 부작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의약품을 다량 복용할 경우 심각한 임상적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일반의약품을 대량 복용하는 '오버도즈(OD)' 문제나 약물 복용 후 사고, 자해·자살 시도 등 사회적 폐해가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입장문에서는 해외 선진국의 실책 사례가 언급됐다.
스웨덴의 경우 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를 허용했다가 약물 남용으로 인한 간 손상 및 중독 사고가 급증하자, 제도 도입 6년 만인 2015년 정제 형태의 아세트아미노펜 소매점 판매 권한을 박탈하고 약국으로 환원시킨 바 있다.
국내 역시 2020년 고려대병원 응급의학과 연구팀의 발표에 따라, 안전상비약 제도 시행 이후 약국 외 경로로 취득한 아세트아미노펜 급성 음독 응급실 방문 환자가 지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실한 사후관리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3년간 전국 1,000여 개 안전상비약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 조사 결과, 규정 위반율은 2022년 95.7%에서 2025년 97.2%까지 해마다 상승했다.
판매자 등록 기준이나 준수사항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음에도 보건당국의 모니터링과 제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지정 추진 품목의 안전성 문제도 재조명됐다.
정부가 2016~2018년 상비약 추가 지정을 추진했던 지사제(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성분)의 경우, 중금속 위험이 밝혀지며 불과 1년 뒤 임부 및 만 2세 미만 금기 성분으로 지정되었고 최근에는 만 19세 미만 복용 제한으로 허가가 변경됐다. 성급한 상비약 확대가 국민 건강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공공심야약국 의무화·취약지 공공약국 600개 설립 촉구
약사업계는 한국이 OECD 최고 수준의 의약품 접근성(인구 10만 명당 약국 수 48개소, OECD 평균 29개소)을 갖춘 만큼, 약국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에 두 가지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공공심야약국 운영의 법정 의무화다.
현재 전국 242개소로 운영 중인 공공심야약국은 연간 단 57억 원의 예산으로 경질환 환자의 응급실 과밀화를 막고 심야 시간 복약 상담을 전담하며 높은 비용대비 효과를 내고 있다. 정부가 약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자체별 최소 배속 기준을 명문화하고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보건의료취약지 내 '비대면 진료 연계 공공약국' 설립이다.
전국 556곳의 의료취약지에 정부·지자체 지원으로 600개 상당의 공공약국을 개설할 경우, 연간 약 600억 원 내외의 예산으로 취약지 보건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해당 공공약국에 비대면 진료 기기를 갖추면, 약사가 고령층 환자의 비대면 진료를 돕고 진료부터 조제, 복약지도, 방문 약료 서비스까지 완결하는 '지역 보건의료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약사회 측은 "지역 필수의료에 수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것에 비하면 공공약국 설립 예산은 매우 적은 비용으로 초고령 사회의 약물 부작용과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최상책"이라며, "정부가 행정편의주의적 규제 완화를 강행할 경우 초래될 국민 건강권 위협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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