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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독점 생산약 공급거절 행위 시정명령

공정위 "제약업체 영향력 행사 관행 제동 걸어"

입찰서 낙찰받은 의약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은 녹십자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20일 녹십자가 독점 생산·판매 의약품인 정주용 헤파빅(10㎖)에 대해 도매상의 공급요청을 거절한 녹십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정주용(정맥주사용) 헤파빅(10㎖)은 간이식 환자가 B형 간염에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혈액제제 의약품으로, 국내에 대체 의약품이 없어 녹십자가 공급하지 않으면 해당환자가 제대로 약을 사용할 수 없다.

2010년 2월 서울대병원 입찰서 낙찰받은 한 도매업체는 1년간 3만3600병(vial)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또 서울대병원은 납품이 지연되자 일부 물량(1500병)을 낙찰가격보다 높은 24만7760원에 수의계약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녹십자는 물량이 한정돼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수차례에 걸친 제품 공급 요청을 거절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공정위는 녹십자가 전년도에 헤파빅을 6만3622병 초과 생산했고, 수시로 소량씩 공급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면 녹십자가 충분히 의약품을 공급할 여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공급이 안됐고 공급기한이 임박해 지자 이 업체는 할 수 없이 서울대병원 낙찰가(24만2296원)보다 더 비싼 가격에 다른 도매상으로부터 구매(24만8000원)해 조달해야 했다.

이로 인해 해당업체는 지연 배상금, 낙찰가와 타도매상으로부터의 구매가격 차이로 인한 손해 등 총 1억 5000여만원 상당의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이에 공정위는 녹십자의 해당 행위는 부당한 거래거절과 거래 당사자의 차별로 공정거래법 23조 위반이라고 판단, 시정명령을 내렸다. 다만 해당업체의 피해액이 적고, 녹십자가 이로인해 부당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과징금은 물리지 않았다.

한편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대형병원 의약품 공급 시 특정 도매상 위주의 거래를 통해 제약업체가 의약품 유통시장의 경쟁을 억제하고, 약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의약품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도매상들의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