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유통업계, 역할비해 저평가, "최저마진제 필요"
약가인하 손실 유통업계에 전가.. 역할 재평가되어야
의약품유통업계가 제약업계에 대해 의약품 유통 비용(마진)의 현실화를 꾸준히 요구하는 가운데, 약가산정 과정에서 의약품 유통비용에 대한 현실적인 수치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국민 건강권 확보차원에서도 최소한의 유통비용을 보장하는 최저가 마진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정부가 전문의약품의 가격 결정과 공급에 상당 부분 관여한다는 점에서, 의약품을 일반 재화와 다른 ‘공공재’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의약품 유통업계가 사실상 국민 건강에 필요한 공공재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국가가 이 부분에 대한 비용을 최저 마진제 제도를 통해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약품유통업계는 물류 분야에서 전체 의약품 공급 물량의 87.6%(심평원 자료)를 담당해 주는 통로로 이용되고 있으며, 각 (제약사)공급업체 제품의 집하와 분산을 통해 제약업체들의 물류비용 절감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 역할의 중요도에 비해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특히 제약업계의 경우, 직접 배송하려면 유통업계에 맡기는 비용보다 더 고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효율성 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낮은 마진을 주려는 일부 제약사들은, 유통업계의 역할을 '물류부분에서의 단순 배송에 불과하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지속적으로 유통비용을 인하하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외자사의 경우 대부분 업체가, 유통업계가 2014년 자체 산정한 손익분기점인 8.8%를 하회하는 비용을 지급하고 있어, 갑질 논란 까지 불거지고 있다.
현재 외국계 제약사들은 평균 5~6%의 유통비용(마진)을 지급하는 상황이며, 이 기준으로 보면 외자사 의약품들은 손익분기점에 2~3%가량 적은 비용을 지급하는 수준이다.
특히 일부 업체의 품목은 2-3%의 초저마진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 등 사실상 공급량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도 있는 게 현재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손해보는 수준이라면 유통업체들이 취급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국내 시장에서 외자사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과, 외자사 가 공급하는 의약품 종류(고가 항암제 등)를 고려할 경우, 유통업체들이 공급을 중단하면 환자 건강관리에 심각한 대란이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나아가 화살의 방향이 공급의 90% 가량을 담당하는 유통업계로 향할 것이 자명하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공급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기본 물류비는 보장해줘야
한편 유통업계로서는 2014년 손익분기점 8.8%산정 시점과 현 시점을 비교하면 고정비용이 더욱 추가되어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즉, 정부정책에 의한 최저임금제도 도입과 주 52시간 근무, 일련번호 제도 도입으로 인한 시설 투자 관리비용 증가, 재고약 증가로 인한 관리비 증가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일련번호는 이미 시행되고 있으나, 기(旣) 투자한 시설투자 비용은 어디에서도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 마진제를 주장하는 유통업계의 목소리는 2010년 이후 부쩍 잦아진 약가 인하로 인해, 제약업체들이 그로 인한 손실을 유통업계 마진 축소로 상쇄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초 약가 산정에서부터 현 상황에 맞는 마진을 반영해 약가를 책정해서, 유통업계가 기본적인 비용을 보장받으며, 원활하게 공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유관업계나 기관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유통업체 등을 이유로 유통업체 마진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는 일부 제네릭의 고 유통마진 사례를 들면서 '마진 상한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유통업계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유통업체를 고사시켜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 같은데 굉장히 단편적인 발상”이라며 “국가적으로 최근의 발사르탄 사태부터, 수년전의 메르스 사태 등을 고려하면, 의약품유통업계의 역할은 업체 규모에 상관없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유관업계와 정부가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발사르탄 사태만 봐도 그 수습을 사실상 의약품유통업계가 경제적. 물리적 비용을 지출하며 거의 도맡아 했으나, 어느 누구도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라며 이게 정상적인 것인지 의아스럽다고 덧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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