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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P&G)는 금융위기 때 이노베이션(혁신) 노력을 배가했습니다. 해오던 대로 그대로 하면 기업은 사라지기 때문이죠.”(밥 맥도널드 P&G 회장)

세계적 최대 생활용품 제조회사인 P&G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한창이던 2008년 시장조사업체인 IRI가 선정한 미국의 10대 신제품 중 5개를 차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 P&G의 순익은 134억달러로 오히려 2008년(121억달러)·2007년(103억달러)보다 늘었다.

P&G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해온 역사를 갖고 있다. 이번 위기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극심한 불황을 ‘혁신 경영’으로 돌파해 세계 기업들에 위기 극복의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신시내티 P&G 본사 집무실에서 맥도널드(McDonald·57) 회장을 만났다. 1시간가량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혁신’이 기업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강조했다.
“이번 위기 때 시장의 성장은 멈췄지만, P&G는 혁신만이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신제품을 내놓고, 인력과 조직에 투자를 하고, 업무 과정을 구조조정했다”고 했다.

1837년 설립된 P&G는 타이드·질레트·크레스트·패브리즈 같은 글로벌 브랜드로 유명하며, 세계 1등 생활용품업체 지위를 계속 지켜내고 있다. 맥도널드 회장은 지난 1월 회장에 취임했다.

91년부터 10년간 아시아 시장에서 근무해온 그는 한국 시장을 잘 안다. 그는 “한국 기업들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며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도록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회사도 직원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갖도록 훈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P&G의 위기 극복 노하우는 무엇인가.
“우리는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인재를 채용하고 훈련하는 등 지속적으로 조직에 투자했고, 업무 과정을 구조조정했다. 예컨대 의사결정 단계를 7단계에서 5단계로 줄였다. 조직을 단순화시키고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위기 상황에서) 보통 때보다 30% 더 많은 혁신 제품들을 전 세계 시장에 내놨다. 연구개발(R&D)에 매년 2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위기 때 기업들은 방어적인 경영을 하기 마련이다. 위기 상황에서의 혁신은 일종의 모험 아닌가.
“따져보니 P&G의 173년 역사 속에서 25%는 전쟁, 기근, 경제 위기 등 위기 상황이었다. 우리는 위기를 견뎌온 경험 속에서 혁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험했다. 예컨대 1955년 미국의 50대 기업 중 현재 남아 있는 것은 P&G를 포함해 9개다. 사라진 41개 기업이 잘못한 것 가운데 공통점은 ‘해 오던 대로 계속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과거에 성공으로 이끌었던 행위를 반복한 게 실패의 이유라기 보기 때문에 우리는 혁신하고 있다.”

―P&G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혁신을 하는 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빠른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지 않나.
“P&G의 목적은 소비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감동을 주는 것이다. 소비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회사 구성원 누구나 혁신에 나설 수밖에 없다. 만약 P&G의 목적이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한 회사였다면 직원들이 혁신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 목적으로 한다고 해도 혁신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혁신은 모든 걸 바꾸는 건가.
“아니다. 기업의 목적과 가치는 유지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뺀 나머지를 모두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P&G는 우리가 발명한 제품만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이제는 절반 가까운 제품이 회사 외부의 아이디어를 활용한 것이다. 심지어 경쟁 회사와 제휴해 개발한 제품도 있다. 제품 아이디어가 누구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소비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우리의 목적에만 맞으면 된다.”

―한국 기업이 혁신에 나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실패에 대한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실패(failure)’라고 부르지 않고 ‘학습(learning)’이라고 부른다. 다만 같은 분야에서 한 번의 실패에 한해서 그렇게 부른다. 직원들이 혁신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직원이 실패했을 때 보상해주고 직원들이 괜찮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혁신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교육 시스템이 암기 위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교육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회사도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P&G의 혁신을 모방하려다 실패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모방할 때 눈에 보이는 것만 모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혁신은 소비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하는 목적에서 시작했다. 우리를 모방하기 전에 혁신을 왜 해야 하는지 제대로 인식하고 기본부터 제대로 세워야 할 것이다.”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비전은 무엇인가.
“소비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감동을 주는 우리의 목적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회사 조직 차원에선 관료주의를 없애고 일하는 방식을 단순화하고 가족 같은 느낌을 구성원에게 주는 것이다. 시장에 대한 수치로 얘기한다면 5년 내에 P&G 고객을 현재의 40억명에서 50억명으로 늘리고, 전세계에서 매년 P&G 제품에 대한 1인당 구매액을 12달러에서 14달러로 늘리는 것이다.”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은.
“그간 P&G의 25개 제품군 중 10여개만이 한국에 소개됐다. 아직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제품군을 모두 한국에 출시하고 싶다. 그러나 미국 제품을 한국에 그대로 소개하는 게 아니라 한국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개선해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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