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도려내진 '국'자에 "약사 자존심 상했다"

jean pierre 2011. 10. 1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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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려내진 '국'자에 "약사 자존심 상했다" 
부천 야간약국, 의사 민원에 약국 명칭 금지명령
2011년 10월 11일 (화) 22:43:37 김종필 기자 jp11222@naver.com
◆시민반응 "시민위해 좋은일 하는데..치졸한 딴죽 걸기"

부천시내 약국 2백여 곳의 간판아래 작은 프래카드가 9월 말부터 하나씩 내걸렸다.


부천시약사회가 부천시 주최 시민창안대회에 제안한 ‘시민을 위한 야간약국’이 최종 베스트5에 선정돼 시 지원을 받아 시청 1층에 공간을 마련, 심야시간대 약국을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게 됐기 때문에 이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이 프래카드를 통해 시민들에게 시청에 야간약국이 있음을 알리고 야간에 약이 필요한 시민들은 이를 통해 심야시간 약 구입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는게 부천시약사회의 판단이다.

물론 이 야간약국 제안은 최근의 의약품 약국외 판매 논란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돌팔이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안 되듯, 약사들이 시간을 할애해 가면서약은 약사들의 손에 의해 환자에 건네질 때 가장 안전하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부천시약사회는 지난달 말 개소식을 통해 이를 공식적으로 알렸으며 꾸준히 찾는 환자가 증가하는등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10월초 연휴가 지난뒤 약국에 걸린 프래카드에 약국의 ‘국’자가 칼로 도려져 있었다.

부천시약사회에 의하면 일부 의사들이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 약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해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현행 약사법 50조 1항에 의거,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약을 판매해선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를 근거로 문제를 삼은 것이다.

즉 약국개설 허가가 난 곳이 아니기에 약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취급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부천시약사회는 각 약국에 내걸린 프래카드에서 ‘국’자를 도려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약국의 ‘국’자가 도려진 것을 촬영하는 기자를 보던 한 시민이 “왜 저렇게 됐느냐”며 궁금증을 표했다. 사연을 들은 시민은 기가 막히다는 말을 쓰며 헛웃음만 내 밷었다.

그 시민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민위해 좋은일 하는 건데 보기 흉하게 저게 뭐냐”며 “유치한 딴죽 걸기”라고 말했다.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대화를 엿듣던 또 다른 시민도 “그럼 행사장 같은데 가면 ‘봉사약국’ 이라고 쓰여 있던데 그런 건 왜 그냥 놔둬요. 그런 것도 쫒아 다니며 문제 삼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사실 법적인 부분을 따진다면 의사들의 주장이 맞다.

그러나 이번 안은 심야시간대만 열리고 매일 밤 약사가 바뀌면서 근무하는 것만 봐도 바보가 아니고는 정식약국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사안인데 시민들이 정식약국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적합하지 않는 듯하다.

정말로 시민을 생각하고 국민의 의약품 구입불편이 해소되길 원한다면 의사이건 약사이건 보건소 관계자이건 이해관계에 얽힌 괜한 딴지걸기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에는 시민들이 잘 알 수 없는 의-약사간의 내면의 여러 역학관계가 작용한 탓이지만 ‘국’자가 도려내진 프래카드를 보는 시민들 눈에는 그저 '유치한  딴죽걸기' 로 밖에 비쳐지지 않을 뿐이라는 점은 되짚어 볼 문제다.

특히 부천시약사회원들은 약사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묵묵히 약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내면 시민들이 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이라며 기운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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