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가 산으로 가고 있다. 제 각각인 의견들을 하나로 모으는 재주도 없고 모두들 제 목소리만 내기 바쁘다. 집행부 측도, 새 비대위측도, 反 집행부 측도 모두 그렇다.
이런 어수선한 틈을 활용해 상대인 복지부는 발빠르게 기회를 포착, 임시국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대약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복지부는 복지위원들을 설득하고 법안심사 소위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원도 한 술 거들어 서울행정법원은 약사연합이 제기한 박카스등 의약외품 전환 취소 소송에서 모든 주장을 각하하며 패소판결을 내렸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절묘한 타이밍이다.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이를 기사로 다뤘으며 이를 본 국민들은 '일반약을 수퍼에서 팔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구나' 라고 인식하고 있고, 의원들은 심리적 압박을 갖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대약 새 비대위는 실질적인 첫 회의를 열고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13일의 법안심사 소위에 대한 묘책을 내놓지 못한채 케케묵은 개개인의 논리만 되뇌였다.
모두 ‘내 말이 곧 진리의 빛’ 이니 자신의 주장이 수용돼야 한다는 식이다. 10일 3시간에 걸쳐 새 비대위는 격론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 비대위는 위원장이 김구 회장서 박영근 부회장으로 바뀌고 여기에 민병림 서울시약사회장이 추가된 정도(뒤늦게 김현태 경기도약회장도 회의에 참석했던 것으로 나타남)의 변화여서 사실상 이전 비대위와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애초에 신선한 대안이나 결론이 나오길 기대 하는게 무리였을 지도 모른다.
비대위는 주말을 이용해 서면으로 의견을 조율해 공식 입장을 내 놓는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대약의 입장에 근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약사법 개정안은 이번 국회나 다음 국회에 통과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는게 현재까지 분위기다.
문제는 그 전제가 일반 약을 수퍼에서 팔도록 한다는데 있는 것이며 이번 국회와 다음 국회에서의 범위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약사회는 이번 국회서 해결하는게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수의 회원들은 여전히 강력 투쟁,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약사회는 회원들의 이런 정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야 진정한 회원을 대표하는 대한약사회라는 목소리다.
반면 약사회 내에서는 위기에서 꼬리를 떼 내고 목숨 건지는 도마뱀처럼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비대위에서는 복지부와 협의 과정에서 나타난 의문점에 대한 논란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13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찾는 것이다. 자잘못은 급한 불을 끈 뒤 따져도 될 사안이다.
어떤 조직이든 모두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는 있다. 조직원은 모두들 자기 주장이 수용되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그 주장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면 고기는 저 산 아래 있는데 배는 산으로 가는 모양이 된다. 약사회가 지금 그런 모양을 보이고 있다.
다수결이 반드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는 없지만 정답이 없는 상황이라면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는게 더 힘을 모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한 것이며 향후 책임 소재 논란도 줄어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