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의 미래, 암울하기만 할까
약국 운영의 '멀티 플레이어'가 돼야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는 긍정 자세 필요
약국의 미래가 암울하기만 한 걸까.
약사의 현안은 늘 있어왔던 것이지만 그 중 최근 1년간의 약사나 약국 주변의 변화를 보면 인지조차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갔다.
약사직능과 존립기반을 위협하는 굵직한 현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 사안들이 정말 위협적인 것인가를 판단할 여유조차도 주지 않고 현안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표현함이 옳겠다.
일선 약사들의 반응을 보면 답답하다 못해 스스로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안타까워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그저 한숨만 나온다는 약사부터 그래도 살아나갈 구멍을 찾아야 한다며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에 들어간 약사도 있는등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도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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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통일된 의견은 이대로 가다가는 10년 후 약사의 미래는 암울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모든 상황들이 진행형이 아닌 다가올 상황에서 예측한다는 것은 시나리오에 불과하고 유력한 시나리오도 실제 진행단계에서는 또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다. 그렇더라도 그런 예측과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한 예로 칠레와의 FTA 협상을 앞두고 국내 포도 농가가 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 반대의견이 많았지만 실제로 체결돼 칠레산 포도가 들어오고 있음에도 국내산 포도는 가격 경쟁력에서의 열세를 딛고 여전히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약사회 현안이 약사 미래의 암울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것이 정책적으로 결정되기 전에 방어에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단계가 지났다면 실제 진행단계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미리 시나리오를 만들어보고 그 충격을 최소화 하도록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황대처 능력 키워야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의약분업의 경우가 그렇다. 분업 초기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다는 생각에 일선 약국가는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했다.
다량의 전문약을 확보해 두고 의약분업에 적극 대비했다. 그러나 주변의 의료기관들이 수시로 처방약 목록을 바꾸는등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돌발 상황들이 나타나고 담합약국과 층 약국등이 다수 나타나면서 일선 동네약국들은 의약품 구입비 증가와 재고약 증가등의 피해를 보는 일이 지금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는 해결책은 결국 정부 정책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정책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면 의료기관과의 수직관계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하는 윈-윈의 전략적 제휴는 의약분업 하에서는 담합으로 죄가 되니 의료기관에 무릎 꿁고 들어가는 방법외 엔 없다.
실제로도 간간히 "의원을 유치하려고 인테리어 비용을 댔다" "임대료를 깍아준다" "의원이 막무가내로 무리한 요구를 한다"등등 말이 나오는걸 보면 암묵적으로 이런 일이 꽤 있는 듯 하다.
어쨌든 의약분업이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근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는 矛盾(모순) 이라는 말처럼 법으로 규제하면 할수록 각 이해당사자들은 법망을 피하면서 혹은 위법을 하면서 이 근본 취지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분업에 대한 일선 약사의 생각을 들어보자.
서울의 한 개국약사는 "분업이라는 자체가 취지에 맞게 진행된다면 문제없다"고 전제하고 "그럼에도 논란이 많은 이유는 그것이 이해가 상충되는 당사자간에 이기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이를 위해 위법을 저지르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일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약사들도 분업 불만 많아
약국들이 증가하면서 경쟁이 치열, 생존권을 위한 무리한 움직임이 스스로를 좀먹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의료기관 과의 담합 내지 가격 난매, 조제료 할인등등...
이 약사는 이제 약사들이 전문가로서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역량이 평가 받는게 아니라 오로지 가격으로 약사가 평가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며 한숨짓는다.
약국들은 난매를 통해서라도 고객을 끌려고 경쟁을 벌이고 게다가 저가구매 인센티브까지 도입돼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약국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눈에 선하다는 것.
약국은 이런 상황이 되면 장돌뱅이에 불과하다며 "현재로선 정부가 경제제일 주의고, 그런 쪽으로만 정책을 펴고 있어 약사라는 전문가로서 갖는 자긍심보다는 빨리 조제해주고 서둘러 복약지도해 주면서 한 명 이라도 더 환자를 받는 요령이 유리한 시대가 온다는 목소리가 약사들 내부에서 돌고 있다"고 강조했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환자 치료가 전적으로 처방에 달려있는 현 상황에서 약사는 환자치료의 보조자로 전락했으며 중요한 건 그 보조역할을 잘하느냐 마느냐가 분수령이 된 서글픈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면허는 국가가 그 기술적인 부분에 인정을 해주는 것임에도 정책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화가가 물감과 종이, 액자 가격에 의해 그림 가격을 매긴다면 누가 화가로서 제 역할을 해 낼 수 있겠느냐"며 "약사가 약에 대한 노하우나 지식이 아닌 약값에 의해 그 능력을 평가받는다면 이 또한 뭐가 다르냐"며 "사회보장이라는 미명아래 의약의 기술은 점점 천덕 꾸리기로 변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안으로 곪는 의약분업 제도가 선진국들이 부러워하는 모범적인 제도로 평가받는 것은 아이러니다"는 그는 "결국 의약사의 등골을 빼내서 잔치하는 왜곡된 의약분업은 사라져야 한다"며 "제대로 분업을 하던가 아니면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덜댄다고 해결 안 돼
이 약사의 이런 자조는 비단 이 약사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대다수의 소형약국은 대등소이 할 것이다. 무언가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고 애를 쓰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물 흐르듯 바라만 보는 것도 문제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어쨌든 대한민국의 약사로서 어떻게든 생존의 법칙은 터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약사들이 정책의 움직임을 살피며 거기에 맞는 대응책을 만들어 나가겠지만 좀 더 중장기적으로 대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응을 잘 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응을 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다가올 현실의 여러 요소들을 감안해 예측하고 대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분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래를 잘 간파한 약사들은 약사들이 이젠 약사로서만 아니라 약국경영자로서 능력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잘 대응해 오고 있기도 하다.
반면 어떤 약사는 '약사가 약에 대해서만 잘 알면 되지 경영도, 회계도 알아야 하느냐'며 투덜대기에 바빴다.
이처럼 어떤 자세로 다가올 변화를 예측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미래대응 포인트다.
적어도 약사로 살아갈 생각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약사회가 이를 리드하고 변화의 큰 물길을 터줘야 한다.
그 물길을 따라 가고 안가고는 개별 약국의 몫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물길을 약사회가 터주지 못하고 있다. 상행위 측면에서 본다면 약사회의 몫이 아니라 각 약국의 몫일 수 도 있다.
너무 앞서 나갈 필요는 없다.
공든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정책적 대응을 대응대로 하더라도 그 외적인 부분은 하나씩 쌓아나가야 한다.
메디코파마뉴스 김종필 기자(jp112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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