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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근교의 산은 등산객으로 넘친다. 사람들은 산에 오르면 열심히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몸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느낌만으로도 정상이 가까워 오고 있음을 안다. 숨이 턱에 닿으면서 맥박이 빨라지고 다리에 슬슬 맥이 풀리면서 온 몸에 땀이 배일라치면 이제 곧 정상이라는 신호다.
정상은 그야말로 "더 올라갈 곳이 없는" 꼭대기다. 누구나 지금이 정상인지 아닌지 잘 안다. 그리고 정상에 올랐다면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사실도 잘 안다. 정상까지 다 왔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더 위쪽으로 올라가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식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주가가 이제까지 잘 올라오긴 하였는데, 과연 지금이 정상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 등산과는 달리 피부에 와 닿는 느낌도 없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여기가 정상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 당장 내일의 주가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투자자들은 이미 정상이 지났는데도 그걸 잘 파악하지 못한다. 주가가 고점을 만들고 완연한 하락국면인데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매도 타이밍을 놓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런 경우이다. 나중에 뒤돌아 보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었는데도 그 때에는 그게 비싸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주가가 한 없이 더 오를 것 같아서 마냥 보유하고만 있다가 결국 낭패를 본다.
누구나 주식을 바닥에서 사서 꼭지에서 팔고자 노력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참 어렵다. 어떻게 하면 될까? 이럴 때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이 있다. 바로 필터링(filtering) 기법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알렉산더가 개발하였기에 "알렉산더의 필터링"이라고도 불린다.
방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전형적인 추세추종형 기법인데 추세가 상승세일 때에는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지만 추세가 전환될 때를 매도의 타이밍으로 삼는다. 그런데 필터링에서는 주가가 직전 고점에 비하여 7% 이상 하락하면 추세전환으로 간주하여 매도한다. 상승세이던 주가이지만 마냥 오르지는 않는다. 도중에 조정을 받아 다소 하락하기도 하고, 그런 연후에 다시 상승한다. 약간의 조정이 나타난다고 하여 매도하는 것은 성급하다. 조금만 기다리면 추세가 금세 상승세로 돌아서는 법.
하지만 주가가 이전 고점에 비하여 7% 이상 밀렸다면 추세가 상승세로 회복되어 주가가 더 치솟기는 어렵다. 그 때라면 눈물을 머금더라도 팔아야 한다는 것이 필터링의 기본 원리이다. "7%"를 추세전환 여부를 걸러내는 "필터"로 사용하는 셈이다.
물론 필터링 기법을 사용하더라도 정확히 고점에서 매도할 수는 없다.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필터링을 이용한다면 비교적 빠른 시기에 매도할 수 있어서 타이밍을 놓치지는 않는다. 주식시장에서는 현재의 주가가 꼭지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필터링 기법은 매도 시점을 파악하는데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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