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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잘못된 결정이 기업을 몰락시킨다

jean pierre 2010. 3.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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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잘못된 결정이 기업을 몰락시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학계의 유행 중 하나가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한 연구이다. 국내에도 소개된 리처드 탈러의 〈넛지〉나 댄 애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이 대표적이다.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했던 기존의 경제학 책들은 서가 뒷자리로 퇴출됐다.

〈스웨이·Sway〉도 그런 트렌드에 올라탄 책 중 하나다. 이 책은 2008년 6월 출판돼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미국에서 20만권 이상 팔렸다. 이 책의 저자는 롬 브래프먼과 오리 브래프먼. 각각 심리학 박사와 경영 컨설턴트인 형제는 이 책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달 22일 브래프먼 형제를 만나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팔로알토를 찾았다. 약속장소에 도착해 5분쯤 기다리는데 바람이 불어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반팔 티셔츠를 입은 청년이 나타났다. 여드름 자국이 남아 있는 얼굴이 영락없는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저자를 대신해 마중나온 학생일 것으로 짐작해 "브래프먼씨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청년은 "내가 롬 브래프먼이에요"라며 웃었다.

기자가 그의 책에 나오는 '가치 귀착(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자신이 오감으로 인지한 것에 더 이끌리는 성향)'에 빠져 저자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07년 워싱턴포스트가 현존하는 최고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사람인 조슈아 벨로 하여금 지하철역에서 청바지 차림에 야구 모자를 쓰고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하는 실험을 했을 때 아무도 못 알아본 것처럼 말이다.

인터뷰는 롬의 집 근처 커피숍에서 이뤄졌다. 동생 오리는 급하게 컨설팅 요청을 받아 텍사스에 출장 중이라고 했다. 롬은 인터뷰 도중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선 동생인 오리를 전화로 불러 답하게 했고,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이메일을 통해 추가로 답을 줬다.

롬은 현대인들이 경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이 '손실 기피'라고 말했다. 인간은 손실에 따른 고통을 동일한 크기의 이득으로부터 얻는 기쁨에 비해 두 배나 더 강렬하게 느끼며, 이로 인해 합리적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발생한 도요타 리콜사태를 예로 들었다.

"도요타 경영진은 처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섣불리 잘못을 시인하면 리콜 비용 등 큰 손실을 볼 것을 우려해 정면 돌파를 피했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를 피하려 할수록 손실은 더욱 커집니다. 도요타는 리콜로 인한 손실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잃었습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소비자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지만, 눈앞의 손실이 더 커 보이는 인간의 '손실기피' 성향이 도요타 경영진의 이성을 마비시켜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한 것이죠."

그는 손실 기피의 또 다른 사례로 1977년에 발생했던 한 대형 항공기 사고를 묘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네덜란드 KLM항공의 베테랑 조종사 야코프 반 잔텐 기장이 비행 중에 긴급 메시지를 받는다. 목적지 공항이 일시 폐쇄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어느 섬의 조그만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공항에는 같은 이유로 비상 착륙한 항공기들이 가득 차 있었다.

기장은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초조해졌다. 당시 네덜란드 정부가 일정 시간 근무한 조종사는 반드시 휴식시간을 가져야 하며, 이를 어기면 구금까지 할 수 있는 규칙을 도입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항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면 그건 끔찍한 일이었다. 교대 승무원이 없으니 수백명의 승객이 밤새 오도 가도 못하게 될 것이고, 그들을 수용할 호텔도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마음속엔 '빨리 이륙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가 마침내 이륙 채비를 갖췄을 때 갑자기 공항에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했지만, 그는 스피드를 높였다. 활주로 진입 허가를 받았지만, 이륙 허가는 받지 못했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그 순간 그의 눈앞에 활주로에 대기 중이던 다른 항공기가 안개 속에서 갑자기 나타났고 두 항공기는 충돌했다. 583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항공사고는 이렇게 일어났다.

"사내 안전 교육까지 담당하는 베테랑 조종사인데도 승객의 안전보다 항공사의 손실에 더 크게 반응한 것이죠. 손실 기피 심리가 그의 이성을 마비시켜 대형 참사를 부른 겁니다."

―이런 사례가 경영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기업들은 99% 올바른 판단을 하지만 딱 1%의 비이성적인 결정으로 몰락합니다. 그 1%의 그릇된 결정을 막는 것이 글로벌 경쟁시대를 사는 경영인들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손실 기피가 인간의 공통된 성향이라면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나타나겠군요.

"물론이죠.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대니얼 퍼틀러 교수가 식품점의 계란판매를 연구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계란 값이 내릴 땐 소비가 약간 늘어나지만, 값이 오를 땐 평소보다 2.5배나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었죠. 사람들이 이익보다 손실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롬은 "주식투자자 중에 주식을 샀다가 주가가 떨어져 손실이 나는 상황에서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손실 기피' 성향에 '집착'이라는 심리가 더해진 결과"라며 다른 사례를 들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맥스 버저먼 교수는 학기마다 협상 수업 시간에 2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매를 합니다. 1달러 단위로 올리면서 입찰가를 부르며, 물론 낙찰자가 20달러 지폐를 가져가죠. 까다로운 규칙이 하나 더 있는데, 차점자는 자신이 부른 입찰가만큼 돈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차점자는 이득은 전혀 없이 손실만 보게 되죠.

이 실험을 해보면 학생들의 패턴이 늘 비슷한데, 15~16달러까지는 아주 빠르게 올라가고 17달러 정도부터는 두 사람만 남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점부터 경매는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17달러를 부르고 다른 사람이 18달러를 불렀다고 합시다. 그러면 앞서 17달러를 불렀던 사람은 다음에 입찰가를 높여서 19달러를 부르거나 아니면 17달러를 잃는 손실을 감수해야 하죠. 결국 학생들은 이 시점부터는 돈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데 집착하게 됩니다. 경매는 폭주기관차처럼 계속되고 입찰가는 지폐 가격인 20달러를 넘어서 30달러, 50달러를 지나 100달러를 훌쩍 넘어선다고 합니다. 버저먼 교수는 지금까지 20달러 경매에서 단 한 번도 손해를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는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선 100달러 지폐를 경매하는데 이때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응찰자들이 스스로 판 함정에 빠져들고, 시간이 갈수록 함정을 더욱 깊이 파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죠."

롬 브래프먼(왼쪽)과 오리 브래프먼 형제. 사진은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롬의 아내 조신 허스가 촬영했다.
■조령모개(朝令暮改)가 필요한 이유

―기업도 한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나중에 뭔가 문제를 발견해도 중단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잘못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프로젝트 관리자는 실패 가능성이 크더라도 끝까지 계속하려 하죠. 중단하면 자신이 무능력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막으려면 기업에 프로젝트를 도중에 중단시키는 임무를 가진 사람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3자 입장에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냉정하게 중간 평가해서 결론을 내는 역할이죠."

그의 답은 삼성전자 CEO를 지낸 윤종용 고문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Weekly BIZ와의 인터뷰(2월20일자)에서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조령모개(朝令暮改)'라고 답했다. 전자업계의 시장 변화가 워낙 빠른 점을 감안해 어떤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다가 잘 안 되거나 상황이 바뀌면 곧바로 중단하고 다른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을 잘했다는 것이다.

―당신이 도요타 경영진이라면 최근 사태에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이 질문에 롬은 컨설턴트인 동생 오리의 말을 들어본 뒤 알려주는 게 좋겠다면서 즉답을 피했고 뒤에 답변을 이메일로 보내왔다.)

"우선 차량 결함이 사실인지 늦어도 48시간 이내에 신속하게 조사할 겁니다. 그 결과 결함이 사실이거나, 적어도 사실이 아님을 회사가 입증할 수 없다면 곧바로 언론에 '우리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알리고 공개 수리나 리콜 조치를 발표하겠습니다. 이는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죠. 적극적인 조치는 멀리서 문제를 좌시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브래프먼 형제의 책 제목 '스웨이(Sway)'는 '마음이 동요되거나 흔들린다'는 뜻이다. 인간의 판단이 비합리성에 의해 휘둘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 책 제목을 그렇게 정했다고 롬은 말했다.

〈스웨이〉는 새로운 내용이나 깊이 있는 분석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사례를 맛깔 나게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롬 브래프먼은 외국인 기자에게도 재미있는 사례들을 들어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주는 이야기꾼이었다.

천일야화에서 세헤라자데가 다음 날 밤 다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듯이 롬은 다음 주제로 옮아갔다. 이번 이야기는 '가치 귀착'이다.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자신이 오감으로 인지한 것에 더 이끌리는 성향을 말한다. 롬은 핫도그 판매점 사례를 소개했다.

"폴란드에서 이민 온 네이선 핸드워커는 1910년대 후반 뉴욕의 코니아일랜드에서 핫도그 장사를 시작하면서 경쟁자의 절반 가격에 팔았어요. 핫도그의 맛은 다른 가게에 비해 손색이 없었지만, 사람들은 '가격이 싼 제품은 뭔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사먹지 않았죠.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상황이 바뀝니다. 궁리 끝에 핸드워커는 가까운 병원의 의사들에게 부탁해 흰 가운 차림으로 가게를 찾아와 핫도그를 먹게 했어요. 청진기도 목에 걸고 말이죠.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몰려와 핸드워커의 핫도그를 사먹기 시작했고, 명물이 됐습니다. 사람들은 값이 싸지만 품질은 차이가 없다는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의사들이 먹는 제품이니 믿을 수 있고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이끌린 결과죠."

■신입사원 면접시험이 쓸모없는 이유

롬은 "가치 귀착과 비슷한 것으로 진단 편향이 있다"며 말을 이었다. 어떤 대상에 대해 처음 듣거나 갖게 된 의견에 집착해 대상을 규정지으려는 성향을 말한다. 롬은 "진단 편향의 문제는 기업에서 흔히 벌어진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인가요?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면접시험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말을 멈추더니 옆에 있던 자신의 책 〈스웨이〉를 들었다. 그리고는 어느 한 페이지를 펴서 기자에게 보여줬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사원 채용 면접 때 가장 흔하게 하는 질문 10가지라고 했다.  그는 그중에서 능력 있는 사원을 뽑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질문을 골라보라고 했다.

―한국 기업의 면접에도 흔히 나오는 질문이네요.

"그런가요? 한국도 마찬가지네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10가지 질문 중 실제로 쓸모 있는 것은 한 가지 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1·3·4번은 지원자의 자기 평가를 유도하는 질문입니다만, 실제 직무에서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파악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이런 질문을 하면 준비된 답변이 나올 게 뻔하죠. 예를 들어 자신의 가장 큰 강점과 약점을 묻는 3번 질문에 대해 진짜 약점을 털어놓을 사람이 있을까요? '지나치게 잘하려고 노력하는 게 단점입니다'라든지 듣기에 그럴싸한 대답을 할 게 뻔합니다.

지원자의 미래를 묻는 2·9·10번이나 과거를 묻는 5·7·8번도 마찬가지예요.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는가'를 묻는 7번 질문에 '전 지금 절박해요. 할부요금 청구서가 집으로 날아오고 있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할 지원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대신 '여기가 가장 창의적인 기업이기 때문이죠'와 같은 듣기 좋은 대답을 하겠죠.

그나마 쓸만한 질문은 6번 '우리 회사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뿐이에요. 지원자가 시간을 투자해 회사에 대해 미리 알아보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질문이죠. 그런 노력을 한 지원자는 그 회사에 입사하기 위한 기본자세는 됐다고 평가할 수 있겠죠."

―당신이 면접관이라면 지원자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겠습니까.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예로 든 다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이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하는 식으로 질문하겠습니다. 또 지원자의 인성과 관련된 질문보다는 '어떤 회계 프로그램을 다뤄봤는가', '홍보업무를 해 본 경험은 있는가' 하는 것처럼 직무에 필요한 능력이나 경험에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공정성에 대한 신념이 낳는 부작용

〈스웨이〉에는 합리적 판단을 막는, 다른 심리적 성향으로 절차적 공정성에의 집착을 꼽았다. 이와 관련, 기자는 최근의 이슈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최근 미국에선 파산 위기에 처해 공적자금을 받은 투자은행의 CEO가 임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해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근본 원인이 무얼까요.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국민의 혈세로 은행의 파산을 막아줬는데 사전에 아무런 허락도 없이 보너스 잔치를 하겠다니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흔히 공정성은 이성적인 측면에서 지켜야 할 요소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감정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사람들이 공정하지 못한 일을 당하면 견디기 어려운 분노를 느끼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보너스가 파산위기 전에 이미 약속된 것이고, 은행을 회생시킬 능력이 있는 직원을 붙잡는 데 꼭 필요하다는 설명은 들리지 않게 됩니다."

―그럼 당신이 은행 CEO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선 임직원들과 보너스를 낮추는 협상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언론에서 보도하기 전에 미리 알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은행 임직원들은 원래 이 정도 수준의 보너스를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 정도로 깎았습니다'라고 말이죠. 이렇게 하면 국민들은 골치 아픈 일 하나를 해결했다는 느낌이 들게 될 것입니다. 간접적이긴 하지만 보너스 문제 해결 과정에 국민들 스스로 참여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보너스 지급이 불공정하다는 느낌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기업 이사회는 여러 명의 이사를 두고 있지만 때로 상식 밖의 결정을 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봅니다.('집단 역학'의 문제이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의사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톨릭에서 성인(聖人)을 추대할 때 성인 후보의 약점을 들춰내는 역할을 하는 사제를 미리 정해둔다고 합니다. 그 사제를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라고 하죠, 집단심리에 휩쓸려 잘못된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기업 CEO도 의사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을 때 거침없이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좀 더 길게는 조직원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롬은 전화로 택시를 불러줬다. 이어 "이 동네는 택시가 오는 데 한참 걸리니 우리 집에 가서 기다리자"며 앞장섰다. 그가 세들어 사는 집은 2층에 있었는데, 한국의 집들과 비교해도 좁게 보이는 방 하나와 마루로 이뤄져 있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집이라면 넓고 클 것이란 기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를 눈치챈 듯 롬은 "책 인세가 생각보다 적은데다, 은행에서 빌린 학자금을 갚느라 아직 작은 집에서 살고 있다"고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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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질문 많이 하게 하라”

〈스웨이〉의 저자 롬(37)과 오리(35) 형제는 유대인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 외곽에서 태어났다. 롬이 11세가 되던 1984년에 전자분야 엔지니어였던 아버지를 따라, 온 가족이 미국에 왔다. 롬은 플로리다대에서 심리학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심리치료와 상담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동생 오리는 스탠퍼드대 MBA 출신으로 기업과 공공기관의 의사결정 관련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롬에게 30대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비결을 묻자 "어머니 덕분"이라며, 성장 환경을 공개했다.

"쑥스럽지만 저의 집안 이야기를 해 드리죠. 저는 머리가 뛰어나진 않지만 지금까지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았고, 그 결과 박사 학위도 받았습니다. 동생 오리도 스탠퍼드 MBA 출신으로 공부를 꽤 잘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죠. 그런데 저희가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은 비결은 어머니 덕분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저희 형제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물어보셨어요. '오늘은 선생님께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요. 어머니께서 매일 물어보시는 바람에 저는 궁금한 게 없는 날에도 일부러 질문을 만들어내어 선생님께 뭔가를 여쭈어 봐야 했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나중에 제가 심리학을 전공하고 나서 선생님께 질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됐습니다. 질문을 통해 학생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노트에 받아쓰는 것이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수동적인 공부입니다. 중요한 것은 배운 내용을 노트에 적어놓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머릿속에 기억해 두고 언제든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는 방법으로 저는 질문을 권합니다.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쑥스러우면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을 찾아가서 질문하세요. 대답을 하고 나니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 싶어지네요. 부모님은 여기서 차로 1시간 떨어진 곳에 사시는데, 주말에 찾아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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