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결제기한 90일 제도화는 화급하고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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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일,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 외 9인의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에는, 의약업계의 양대 직능인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사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독「약품대금 결제기한을 3개월 이내로 규제하는 규정」만 관련업계로부터 심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이 법안 발의를 놓고, 심지어 어느 업계에서는 대선(大選)과 관련된 표심을 자극하는 정치색 짙은 여론까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거래대금 결제기한은 90일 이내로 못 박히는데, 자꾸 쌓여만 가는 처방약 불용재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대책도 없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외에, 결재기한 90일을 초과하거나 어음 결제 시 이자를 물어야 하고, 카드사용자가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 등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오제세 위원장을 비롯한 10인의 국회의원들은 관련업계의 강한 반발을 예상했을 터인데도, 굳이 이 시점에서 이와 같은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을까? 주무 당국인 보건복지부까지도 본 의원입법안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한 언론사는 전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사안이 매우 중요하고 긴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 의약업계에서 기기묘묘(奇奇妙妙)한 방법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불법 리베이트 문제도 그렇고, 기간의 이익인 의약품 거래대금 결제기간 초장기화 문제도 그렇고.최근 보건복지부가 조사하여 국회에 제출했다는 어느 언론사의 기사를 보면, 318개의 대형병원 중 2011년에 약품대금 결제기간이 30일 미만인 곳은 불과 4곳뿐이었고, 48.1%나 되는 153개 병원의 결제기간은 무려 180일을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300일 이상 되는 곳은 35개 처나 되었으며, 1년 이상을 넘기는 병원이 21개 처에 달했다. 2년을 넘긴 곳도 4곳(750일, 840일, 900일, 960일)이나 됐다.
따라서 예컨대, 대금결제 기간이 평균 360일인 병원에 월 평균 2억 원씩 의약품을 납품하는 도매유통업체는, 연간 24억 원을 대출받아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외상대금 결재기간이 이처럼 긴 사례는 국내외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이는 오로지 우리 한국의 의약품 유통시장에만 존재하는 고질적인 나쁜 거래관행이다. 이것이 국내 의약품산업의 발전을 좀먹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고쳐지지 않으면 안 된다.
IFPW총회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 외국 인사에게 그 나라의 의약품 거래대금 결제기간을 문의해 보면, 왜 그런 것이 한국에서 문제가 되느냐는 듯 의아심을 갖는다. 거래가 이루어지면 바로 결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냐? 반문한다.
2012년10월15일에 발표된 한국은행의「2011년 기업경영분석」자료 중, 국내 산업 전체의 외상매출대금 회수기간을 보면, 평균 50일로 나와 있다. 2009년 54일에서 4일이 개선됐다.
제조업 전체는 51일이다. 중소제조업도 57일 밖에 안 된다. 식료품업 36일, 섬유업 48일, 컴퓨터와 반도체업이 각각 52일, 58일, 의료기기업 75일, 자동차제조업 44일, 도매유통업이 불과 43일 등으로 나타났다.
거래대금 회수기간이 길기로 소문난 인쇄출판업이 68일, 주류업이 70일, 건설업이 84일, 선박제조업이 88일, 국내 전 산업 중 최장기인 시멘트석회업도 89일에 불과하다.
위에 예시한 국내 병원업계의 의약품 거래대금 결재기간과 이들을 비교해 보라.
금번 약사법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대금결재기간 90일은 국내 산업 전체의 대금 결재기간 중에서 제일 늦은 것이 된다.
심평원이나 건보공단에 따르면 요양기관이 약제비를 받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늦어도 45일 이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상기 예시한 병원 결재기간과 결부시키면, 병원은 45일 이내에 약제비를 받고서, 180일 후에나 의약품 공급업체에게 외상대금을 결제하는 셈이 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의약업계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일이라 생각할 사람은 원인제공 업계를 제외 하고는 그 어느 누구도 없을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이 지금 의약품 유통시장에 만연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바로잡자고 내 논 금번의 약사법 개정안을 두고,「시장경제체제 하에서 사적 거래대금 결제기간을 법적으로 정할 수 있는 일이냐?」라고 따져 묻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결재기간 초장기화 관행은 시장경제라는 정상궤도에서 너무 멀리 이탈해 버렸기 때문이다. 시장경제가 곧 자유방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국가가 헌법 제119조제2항에 따라 산업계에 공정거래 풍토가 조성되도록 제도적으로 개입해야 할 의무를 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상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악화될 대로 악화된 의약업계의 고질적인 약품거래대금 결제관행을 개혁하고자 취해진, 금번 오제세 국회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한 열분 의원들의 약사법 개정안 공동 발의는 늦은 감은 있으나 시의적절(時宜適切)한 조치였다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의 약사법 개정안 중에서 적어도 대금결제와 관련된 규정만은 필히 차질 없이 처리되어야 한다.
다만, 요양기관의 처방약 불용재고 처리 문제는 의약분업제도의 산물로서 의약업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엔 문제의 심각성이 너무나 크다. 이로 인해 업계 간 반목이 아주 심하다.
의약분업제도 도입 당시, 불용재고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조치를 한 것으로 안다. 지역별 처방의약품 목록 예고제 성격을 띤 약사법 제25조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관련 업계 간의 비협조와 강제할 수 있는 벌칙이나 과태료 처분규정이 없어 사문화된지 오래다.
그런데 불용재고가 발생되는 근본적 원인은 잦은 처방약 목록 변경으로 원외 요양기관이 조제 수요 예측을 할 수 없어 처방의약품 재고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제에, 외래환자에 대한 처방의약품 수요예측이 가능하도록 금번의 약사법 개정안에 약사법제25조를 강제규정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추가 보완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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