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창고 80평 "규제가 만사는 아니다"
40~70평 업체 '진퇴양난' 중압감 최고조
타업종, 규제강화해 성공한 사례 거의 없어
도매업계를 옥죄는 규제 ‘창고면적 80평’이 경기침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도매들에게 또 다른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하고 있다.80평 창고시설을 갖고 있지 못하는 도매업체들에게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규제의 합리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법’이라는 이름 때문에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울화통이 터진다는 업체 대표들이 부지기수다.
최근 개포동에 창고면적 60평을 가진 한 도매업체 대표는 “우리업체는 월 500만원에 4층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부지가 좁아 창고면적은 60평에 불과합니다. 80평으로 넓히기 위해서는 현재로선 이사를 하는 방법 밖 엔 없어요. 이사비용만 2천만원 가량 소요됩니다. 억울한 건 현재 영업을 하는데 창고 면적이 전혀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거죠. 업체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정부의 규제에 의해서 회사를 옮겨야 한다는 사실에 울화통이 터집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가장 긴박한 상황은 대부분 창고면적이 40~70평사이의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현재 창고면적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그 정도의 창고시설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업체 규모에 그 정도의 창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갖춘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규모가 커지고 물동량이 많아지면 창고 80평 규제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80평으로 넓힐 업체들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정도 규모의 업체들은 위수탁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수탁업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품목 도매업체등 매출규모가 연간 100억 미만인 업체들을 중심으로 수탁 영업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들 40~70평 규모의 업체들을 수탁할 경우 이전의 창고 면적이 필요하다는 점과 업무의 효율성 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꺼려한다.
일부 대형업체의 경우 아예 80평 규모의 창고를 떼어 내 임대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그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업체들이 많다.
또 다른 창고 50평대의 업체 대표도 “우린 병원 주력이라서 사실 창고면적이 80평까지 필요 없어요.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80평이라는 규정이 정해진 것인지 이해하기 힘드네요. 과거와 달리 도매업체 중에는 상류기능만 가진 업체도 다수 등장하는 등 특수성이 있는 업종인데, 창고면적 80평을 마련하지 못해 영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굉장히 비상식적인 상황이죠. 업체별로 상황에 따라 위수탁을 하거나, 적절한 창고를 확보하는 등 업체 규모에 따라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영업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일반적으로 행정규제를 풀지 못하는 이유는 이익집단 간의 충돌이 가장 큰 원인이다. 결국 입법기관인 국회가 이익 집단의 영향을 받아 의원들 간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충돌로 현장 위주가 아닌 행정 위주의 입법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익집단 간의 충돌로 발생한 행정완화 요구도 아니다. 따라서 해당 업계 다수가 원하면 충분히 완화 할 수 있는 규정이다.
규제 강화가 반드시 시장 질서를 공정하고 바로 잡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재래시장 침체 원인이 대형할인점이라는 주장으로 대형할인점 영업 시간이나 영업 일수를 규제했지만 재래시장이 활성화됐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없다. 되레 일본업체들이 틈새를 비집고 빠르게 동네 상권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또한 동네 빵집이 다 죽는다고 대형 제과 프랜차이즈 출점을 규제했더니 역시 동네빵집이 살아나고 있다는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LED조명 사업도 대기업들이 다 잠식하고 있다며 중소업체들이 요구해 중소기업 지정업종으로 정했더니, 되레 국내 대기업보다 더 큰 GE,필립스 등 다국적기업들만 국내 LED조명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 가고 있다.
이런 사례는 현재나 과거에 얼마든지 많다.
특히 도매창고 80평은 위 사례와 달리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옥죄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도 더욱 재고의 여지가 많다.
규제가 만사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국내 도매업체가 지나치게 난립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창고면적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 결코 답이 아니다.
특히 작금의 분위기는 규제완화나 진입장벽 첼폐로 집중되는 상황이라는 점에도 의약품도매업계는 규제가 완화되는 업종에 비해 상대적인 역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업체 간 자율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런 창고면적 규제보다는 그 경쟁에서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상행위를 할 경우 제재를 가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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