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저마진, 도매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니다
중.대형 업체 속속 무너져..제약계 재고 필요
종합도매업체들의 저마진으로 인한 경영난이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이다. 단순하게 경영난을 겪는 어려운 상황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에 굵직한 중대형 종합 도매업체들이 속속 자진 정리에 들어가면서 경영난이 그냥 ‘앓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따라 최근 종합도매업체들은 도매협회를 중심으로 도매업계의 현 실태를 제대로 알리고, 현재의 저마진 상황에서는 더 이상 제품의 유통을 담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력하게 호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호소에는 국내 중견 도매업체는 물론 상위권 업체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매업계의 어려움이 단순히 업체의 경영능력 부족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 도매업체 대표의 설명에 의하면 현재 종합도매업체는 약국에 금융비용 1.8%와 카드수수료 2%내외를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물론 강제는 아니지만 거래 관계상 대부분 지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차량운반비, 인건비, 제세공과금, 일반 금융비용등 유통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최소한의 기본비용만 도매마진율을 기준으로 8.8%~9%가 평균적으로 소요된다.
여기서 금융비용과 카드수수료 4% 안팎은 기본 공제비용이라고 감안하면, 최소한 순수 도매마진이 4.8%~5%는 되어야 그나마 손익 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다국적 제약사는 대부분 5~8%의 마진만 제공해 주고 있다.
이는 기본 공제비용인 금융비용과 카드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야 그나마 손익분기 수준에 도달하는 정도이며 현재처럼 지급하는 상황에서는 손실은 불가피하다.
국내제약사들은 이 수준은 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인하를 시도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동안 제약사들은 도매업계의 저마진으로 인한 경영난 호소에 단순히 저마진의 문제가 아닌, 과열 가격경쟁, 지나친 백마진 등 도매업계 내부에 원인이 더 크다고 일축해 왔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현재의 마진 수준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이 보여지고 있는 만큼, 제약사들도 단순히 도매업계 내부의 문제로 몰고 갈 사안은 아니다.
특히 최근 업계에서 신뢰도가 높은 송암약품 마저 자진정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제약사들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물론 송암 측이 무리하게 투자를 늘려 어려움을 자초한 면이 존재하지만 그 이면에는 저마진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큰 파장을 미쳤다는 점을 간과하기 힘들다.
도매업체들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하려는 과제는 다국적사들의 마진 개선이다.
다국적사들은 하나같이 최소 마진 기준인 8-9%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 업체들은 도매업체들의 목소리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도매업체들이 버티기 힘들다며, 취급거부나 해당업체 제품에 대해 약국에 금융비용을 지급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도매업계의 마진 개선 요구 업체는 GSK이다.
업계에 의하면 GSK의 경우 5.8~6%의 도매마진을 제공하고 있다. 기본비용을 공제하고 나면 1.8~2%의 마진만 남는 상황이며 이 수준으로 나머지 모든 유통비용(4.8% 수준)을 충당해야 한다. 수치상으로만 봐도 2.8~3.0%의 마진이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신이 아니고는 수익은 고사하고 적자를 면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따라서 도매업계는 이런 터무니없는 수준의 마진을 감당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최근 종합도매업체들의 모임에서는 이 상태로는 유통비용 원가에 못 미치는 제약사에 대해서는 금융비용을 제공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울러 도매업체들의 주장이 과연 터무니없는 수준인지 공개토론회를 열어 합리적으로 검토해 보자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사실상 현 수준의 도매마진은 제약사들의 “단가 후려치기”와 다름 없으므로 각계 요로에 동반성장 내지 불공정거래 차원에서 탄원서도 제출하자는 움직임이다.
종합도매업체들은 상거래상 마진율의 제공 수준은 거래당사자간의 문제이긴 하지만, 현재의 실태는 단순히 거래당사자간 문제로 치부하기엔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정상적인 상거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수준이며, ‘甲의 횡포’ 에 가까워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여기에 다국적 제약사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송암약품의 자진정리가 다국적사들의 입장에서는 재고의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다국적사는 대부분 본사 차원의 결정이라고 도매업계의 항변을 일축하고 있으나 적어도 정상적인 경영관을 지닌 업체라면 기본적인 비용조차 지급하지 않고 용역을 맡기는 것은 비윤리적임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현 수준의 도매마진에 대해 관련업계는 물론, 정부차원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전면적으로 의약품유통비용에 대해 재검토를 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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