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는 약사가 복약지도는 직원(?)이'
상당수약국, 복약지도 안하는 약사많아
약사직능 향상의 기본…경각심 가져야
10가지를 잘하고도 1가지를 실수해서 잘한 10가지가 묻히게 되면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약국들의 경우 그런 경우가 많다. 약국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약물에 대한 지식여부도 매우 중요하지만 약국관리를 법에 저촉되지 않게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노하우다.
특히 약국에 적용되는 약사법이라는 것이 매우 광범위해서 자칫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곤욕을 치른다. 따라서 상당수의 약사들이 실수로 인해 약사법 위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처분을 받게되는 일이 상당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럴 때 마다 약사들은 상급약사회나 관계부처에 법의 개정이나 선처를 당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공공연하게 약사법을 위반하는 약사들도 매우많다. 인정하고 싶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이다.
그런 경우 중 하나가 조제만 하는 약사들이다.
그게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 약국을 찾은 환자 손에 약이 전달 될 때 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문제는 바로 복약지도가 희한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약싸개' 바아냥의 원인
복약지도와 관련 약사회는 일부러 복약지도 경연대회를 가질 만큼 기본이 되어야 할 부분에서조차 대회를 치르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국 약사의 기본적인 일 중 하나가 조제와 복약지도 임에도 그런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자체는 그만큼 일선에서는 약사들의 복약지도가 엉성하다는 점을 방증해 주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이는 전문자격을 가진 약사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한 면이다.
대다수의 약국에서 들을 수 있는 복약지도의 90% 이상은 '식후 30분 안에 복용'등 약을 먹는 방법 등에 불과하다. 사실 약사들이 '약싸개'라는 비아냥을 안들을 수 있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보다 전문적이고 충실한 복약지도 임에도 초등학생 수준의 복약지도에 그치는게 대부분이다.
이 모든 것이 환자의 불응, 약사의 귀차니즘, 약국운영의 경제적 손실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원인이겠지만 어쨌든 전문가라는 약사들이 해야 할 복약지도 치고는 좀 자존심상하는 복약지도라고 할 수 있다. 약사 스스로가 부끄러워 해야할 복약지도 라는 점이다.
위에서 초등학생 수준의 복약지도라고 말하는 것은 약의 전문가 정도의 자질과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조금만 아는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 복약지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그나마 하는 경우는 낫다. 상당수 약국은 한 술 더 떠 실망스러운 약사상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 한 도시 지역의 30평 가량의 중대형 약국.
50대 가량의 여성 환자가 처방전을 받아 약국 문을 들어선다. 약국 카운터에 있는 사람(카운터 추측. 50대 남성)에게 처방전을 건넨다. 이 카운터는 처방전을 받아들고 바로 옆 컴퓨터 앞에 앉은 약사에게 건넨다. 이 약사는 처방전을 건네받은 뒤 조제실로 들어가 조제를 했다.
잠시 후 조제실과 연결된 구멍을 통해 조제를 한 약이 바구니에 담겨 나오자 카운터는 약을 들고 환자에게 복용방법을 설명해 준 뒤 계산을 한다. 복약지도가 왠만한 약사보다 더 낫다.
아무리 약국 내를 살펴봐도 약사면허증은 여약사 것만 걸려 있었다. 그 여약사는 카운터가 복약지도하는 동안 조제실서 나와 다시 컴퓨터 앞으로 가서 마우스를 쥐고 뭔가를 한다.
서울 강남지역의 5평 가량의 소형 약국.
인근에 크리닉이 몇 군데 있는 걸로 봐서 조제를 전문적으로 하는 약국이다. 위치는 대로변에 있지만 환자의 대부분은 처방환자들이다.
30대남자가 처방을 들고 들어온다. 규모가 작아 카운터 안의 공간은 1-2평 남짓이다. 1평은 조제실 1평은 전산원 인듯한 여성이 앉아있다. 약사는 그 전산원과 조제실 사이의 통로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
처방전을 든 환자가 약국에 들어섰다. 약사는 여전히 신문을 보고 있고 전산원이 일어서서 인사한 뒤 처방전을 받는다.
처방전을 신문을 보던 약사에게 전달하니 그제서야 약사는 일어나서 조제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조제된 약이 나오자 전산원인 듯한 여성이 복약지도를 한다. 내용은 같다.
"식후 30분내로 어쩌구..." "아침, 점심, 저녁 잘 구분해서 어쩌구..." 어느 약국에서나 듣는 복약지도이다. 약 봉투를 받아든 환자에게 보조원은 비타민 두 알 서비스와 함께 계산 거스름 돈을 건네며 인사한다. 조제후 약을 건넨 약사는 곧장 조제실 앞 의자에 앉아 다시 신문을 펼쳐든다.
어찌된 영문인지 약국의 주인인 약사는 고객이 오고갈 때 한번도 고객에게 눈길을 안주고 인사조차도 안한다. 복약지도는 물론이다. 이 약국 역시 아무리 둘러봐도 약사면허는 한 명 분 만 걸려있다. 고객이 많아 바쁜 것도 약국이 넓은 것도 아닌데 이 정도이다.
◆너무 안일한 약국들
요즘 우리 대한민국 약국의 상황이 이렇다.
기획재정부다 뭐다 정부는 물론 편의점 협회등 이해관계가 얽힌 주변단체들이 호시탐탐 약국을 노리고 있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도 지켜질지 모를 판국이다.
단순한 일반의약품은 외국처럼 수퍼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구장창 주장한다. 그들의 공격용 무기는 바로 약국에서 보여지는 약사들의 이런 모습들이다.
"약국에서 산다고 해서 특별히 약에 대한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 약국에서만 팔아야 하냐" "저런류의 복약지도는 편의점에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라고 주장할지라도 약사들은 할말이 없다. 실제로 아주 단순하고 전문적이지 않은 복약지도가 그것도 약사가 아닌 종업원에 의해 이뤄지는 상황이니 유구무언인 것이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도 아니고 약사들 스스로가 약국에서 그렇게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성실한 복약지도는 약사에게도 약국에도 도움이 된다.
"약사는 국가가 면허를 부여해 약에 대한 권한을 부여한...." "약의 전문가인 약사가.." 이런 류의 논리적 대응은 오히려 타겟만 더 될 가능성이 높다. 약사회에서는 이런 부분을 내세워 대응을 하고 있지만 일선에서 나타나는 모양새는 전혀 다른 상황이 비일비재하니 약사회로서도 조마조마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반인 약국개설과 관련해서도 사실 일선 약국들 상황이 이런 식이면 좀 곤란하다. 약사회에서 발벗고 나서서 방어를 하려고 해도 뒤따르는 약국들이 이런 정도라면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많다.
약사회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의 약국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그런 약국이 없어야 정상인데
있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며 약사 입지를 스스로 좁히는 행동으로 고쳐져야 한다"고 밝혔다.
꼭 그런 현안들 때문이 아니라 할지라도 조제와 복약지도 등은 개국약사들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어떤 곳에서는 조제도 가끔 비약사가 하는 경우가 적발되고 약을 건네면서 하는 복약지도는 약사가 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니 약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고 이를 아는 의사단체 등으로부터 표적이 되고 비난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형 행사등에서 하는 복약지도 경연대회등도 없애야 한다. 복약지도의 충실도를 높이고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효과가 있겠지만 차라리 다양한 복약지도 사례를 보여주고 이를 책자로 만들어 회원들에게 교육하는 형태가 바람직하지 약사로서 당연히 충실히 해야할 복약지도를 대회를 통해 고취한다는 것은 스스로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다. 약사회의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제대로 된 복약지도가 대회에서만 보이질 않길 기대한다.
메디코파마뉴스 김종필 기자(jp112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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